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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상징하는 성경 속 사자와 영화 <라이온 킹>

기독일보

입력 Jul 22, 2019 11:25 A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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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라이온 킹> (下)

이번 주 박욱주 박사님의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에서는 지난 주에 이어 실사화에 성공해 개봉을 앞둔 영화 <라이온 킹>을 살펴봅니다. 이 영화에서는 도날드 글로버(심바), 비욘세(날라), 제임스 얼 존스(무파사), 치웨텔 에지오프(스카), 세스 로건(품바)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와 가수들이 목소리 연기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세계관을 어느 정도 차용한 스토리로도 볼 수 있는 <라이온 킹>에는 어떤 배경이 있을까요?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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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디즈니 실사영화, <라이온 킹>.
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디즈니 실사영화, <라이온 킹>.

◈사자와 그리스도: 그리스도의 심판을 상징하는 동물

그렇다면 대체 사자는 어떤 이유 때문에 중세 서구 기독교 세계에서 기사의 용맹과 신앙 수호의 의지를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짐승으로 인식되게 되었는가?

우선 당연하게도 자연 생태계 내부 먹이사슬에서 사자가 차지하는 위상이 하나의 주된 이유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사자는 명실공히 자연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자가 갖는 이런 포식자의 위치는, 실제로 보면 상당히 취약한 면이 있다. 우선 사자가 노리는 먹잇감들은 대부분 무리에서 떨어진 약한 동물들인 경우가 많다. 자연 상태에서 사자나 호랑이 같은 육식동물의 사냥은 포식자 자신에게도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긴다.

일부 초식동물은 발굽이나 뿔 등으로 저항하기도 하는 까닭에 사자에게 상당한 부상를 입힐 수 있으며, 이런 부상은 야생에서는 곧바로 생존의 위기로 직결된다.

거기에 더해 사자가 건드리지 못하는 짐승들도 일부 존재한다. 성체 코끼리의 경우 사자가 떼지어 사냥을 시도하다 역으로 코끼리에게 밟혀 척추가 부러져 죽는 경우도 존재하며, 드문 경우지만 하마의 역공으로 물려죽는 사자도 간혹 발견된다.

이처럼 그 통상적 이미지와는 달리, 야생에서의 사자는 무적의 사냥꾼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사자는 왜 모든 짐승을 다스리는 짐승의 왕으로 인식되게 된 것일까?

우선 중세 유럽인들의 사자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일 수 있다. 사자는 원래 주후 1세기경까지 아프리카와 가까운 유럽 남부, 즉 이베리아 반도, 이탈리아 반도, 발칸 반도 최남단에서도 서식했다고 한다.

실제로 로마 제국이 사형수를 짐승에 먹혀 죽도록 하는 형벌(damnatio ad bestias)을 시행할 때도 유럽 남부에서 포획한 사자를 사용하였다는 설화가 존재한다.

그러나 로마 제국 초기 농경지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및 포획으로 인해 유럽의 사자는 거의 대부분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중세 유럽인들에게 사자란 실제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지의 생물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십자군 전쟁 당시까지도 팔레스타인 지역에는 사자가 존재했던 것으로 전해지나, 그즈음 거의 멸종 상태로 돌입해서 유럽인들이 사자를 직접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즉 중세 유럽인들은 거의 모두 사자를 직접 보지도 못한 채, 포식동물들 중에서 가장 강한 짐승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바로 성경에 묘사된 사자의 이미지 때문이다. 중세 서구에서 사자는 '심판하는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짐승으로 묘사되었다.

성경적으로 볼 때 그리스도를 대표하는 동물은 당연히 속죄제로서의 '어린 양'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왜 중세 유럽, 특히 십자군 정쟁기 당시에 그리스도의 상징이 사자가 되었던 것일까?

라이온 킹
▲로마 제국의 기독교인 박해, 특히 맹수형(damnatio ad bestias) 사용된 맹수 가운데는 사자도 포함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자와 심판: 하나님의 사람, 다니엘, 그리고 사자

영국 국교회 성직자 J. G. 우드의 저서 <성서 속 동물들 이야기>(Story of the Bible Animals)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성경, 특히 구약성경에는 거의 모든 책에서 사자에 대한 이야기가 목격된다.

이 가운데 독자들의 마음에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장면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하나님의 사람을 찢어죽인 사자(왕상 13:1-34), 그리고 다니엘의 사자(단 6:1-28) 장면이다.

이 두 장면에서 사자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열왕기상의 사자는 하나님의 뜻을 어긴 선지자, 타락한 선지자를 심판하는 도구로 등장한다. 다니엘서의 사자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하나님의 종은 보호하고 하나님을 적대하는 자들은 심판하는 도구로 등장한다.

이처럼 사자는 하나님의 심판을 위한 도구로서 짐승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짐승으로 소개되고 있다.

실상 성경에서 인간들 가운데 사자를 힘으로 이긴 사람은 사사 삼손뿐인데(삿 14:5-6), 여기에서도 성체 사자가 아닌 어린 사자를 잡아 찢어죽인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만큼 사자란 가장 강력한 생체 살인병기로서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맹렬한 심판을 수행하는 데 적합한 도구로 그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라이온 킹
▲사자굴에 던져진 다니엘.

십자군 지도자 가운데 그 용맹과 전쟁의지로 가장 유명했던 리처드 1세에게 사자왕의 칭호가 내려진 데는 이런 성경적 배경이 있었다.

중세 서구 기독교 세계의 눈으로 볼 때, 이슬람의 창도자 무함마드는 가장 증오스러운 거짓 선지자이며, 그가 가르친 신앙을 따르는 이들 역시 하나님의 맹렬한 심판을 받아야 할 대상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들을 심판하는 상징적인 인물로 자리잡은 것이 리처드 1세였고, 이에 그가 사자의 상징을 독점하게 되었던 것이다.

중세 가톨릭 기독교는 세속화의 극을 달리고 있었고, 따라서 오늘날의 기독교처럼 무슬림들을 대화와 선교의 대상으로 볼 의지를 갖지 못했다.

물론 여기에는 무슬림들 역시 서구 기독교 세계에 대해 무력 침공을 일삼는 일이 빈번했던 사실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즉 중세 유럽에서 사자는 이교도, 특히 이슬람에 대한 그리스도의 심판을 상징하는 동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고, 이에 어린 양보다는 사자가 그리스도를 대표하는 동물로 자리잡게 되었던 것이다.

<라이온 킹>은 바로 이런 기독교의 역사를 반영한 작품으로, 리처드 1세와 그 동생 존 사이 권력투쟁의 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이 이야기는 특히 영국의 대문호 가운데 하나인 월터 스콧 경의 역사소설 <아이반 호>(Ivanhoe)의 서사를 차용하고 있다.

실제 역사에서 리처드 1세는 제3차 십자군 원정을 마치고 귀국한 뒤, 당시 영국이 프랑스에 갖고 있던 영지에서 일어난 분쟁에 참여했다가 화살에 목숨을 잃는다.

그의 죽음 이후에는 동생 존이 영국 왕으로 등극했지만, 정치적으로나 군사지략 측면에서 무능하여 프랑스 내부에 갖고 있던 영지들을 모두 상실한 그는 백성들에게 신임을 잃은 상황에서 귀족들의 위압에 못이겨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 즉 대헌장에 서명했다.

존 왕 이후 동일한 이름의 왕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가 무능한 왕의 대명사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라이온 킹>의 반란자 스카는 바로 이 존 왕을 대변하는 캐릭터이다.

이처럼 <라이온 킹>은 <정글대제>의 여러 설정들을 차용해, 중세 서구 기독교 세계의 권력다툼을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굳이 사자여야 했던 이유는 1차적으로는 사자왕 리처드의 위명 때문이지만, 더 깊이 파고들어가면 성경에 기록된 사자의 일화들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라이온 킹>은 사자가 서구 기독교 세계에서 하나님의 강력한 심판의 도구로 인식된 동물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라이온 킹
▲리처드 1세의 친동생 존 왕과 그를 모티프 삼은 <라이온 킹>의 캐릭터 스카.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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