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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칼럼] 군칸지마(軍艦島)

기독일보

입력 Jul 29, 2019 10:56 A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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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고증 심으려다 모순 빠져버린 ‘국뽕 영화’

영화 <군함도> 중 한 장면.

영화 <군함도> 중 한 장면. (포토 : )

군함도.

현재 한일 분쟁의 중심에 서 있는 '징용배상' 판결을 받은 기업 미쓰비시의 일제시대 생산 거점이 있던 섬의 이름이다.

나가사키에서 남서쪽으로 약 18.5km 지점에 위치한 탄광 섬으로 본래 명칭은 하시마(端島) 섬이지만, 그 모양이 꼭 군함 같이 생겼다 하여 군칸지마(軍艦島, 군함도)라 불리게 된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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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유승완이 2년 전 이 섬에서의 노동 실태를 다룬 영화 한 편을 만들었으나, 기대와 달리 큰 흥행을 거두지 못하였다.

그 원인이 흥미롭다. 플롯에 역사 고증을 심으려다, 전체 플롯이 모순에 빠져 소위 '국뽕 영화'가 되고 만 까닭이다.

영화가 개봉되기 2년 전인 2015년, 이 섬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 우리 측에서 강제징용 관련 이의를 제기해 제동을 걸었으나, 조선인 노역이 이곳에서 일어났다는 사실만 인정받고 결국 등재되었다.

그 결과를 보고 부랴부랴 급조해 기획한 영화. 스토리텔링으로 역사도 뒤집고 흥행도 올리려는, 국산 영화 특유의 기획이었던 것 같다.

이 영화에서 한 경성제국대 학생이 징병 대신 군함도행 징용을 택할 때, 그 모집책은 조선인 여성이다. 그리고 그 징용 떠나기 전날 밤 고별 파티에서 연주하는 악단을 속여 군함도에 같이 팔아먹은 형사도 조선인, 끌려온 탄광에서 악랄하게 작업시키는 작업반장도 조선인, 그리고 군함도 내에서 조선인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면서 급료를 착복하는 독립투사도 다 조선인이다.

그 바람에 영화가 반일(反日) 영화인지 아니면 반한(反韓) 또는 혐한(嫌韓) 영화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반일'을 명목으로 실상은 자국민 대상의 '혐한'을 전개하는 것은 한국인의 오랜 습성이다.

근간에는 민법을 형법처럼 이상하게 풀이하는 법학자 출신 전 민정수석이 "자기 말대로 안 따르면 모조리 친일파"라 주장하는 것도, 반일보다는 자기 종족 대상으로 전개하는 다 같은 혐한 행위로 볼 때만 이해할 수 있다.

차라리 한수산 작가의 소설 <군함도>는 '전쟁'이라는 큰 틀 속에서 일본인 역시 비참한 생활을 영위했고, 그 가운데 조선인은 더욱 철저하게 '차별'받았다는 점을 적시함으로써, 탄탄한 작시(作詩)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군함도
▲소설 <군함도>.

하지만 이 영화는 국산 영화 특유의 묻지마 이념 호소, 즉 반일 정서에만 의존하다 보니 우리 의식 속 '강제징용=한인 노예' 도식에 들어맞지 않는 플롯이 장착되고 만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영화는 일본인들의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꼼꼼한 '근로 계약' 관계나 가짜 독립군 윤학철(이경영)과 일본인 소장과의 꼼꼼한 '서면 계약' 따위들을 너무나도 세부적으로 묘사한다. 이때 관객은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노예처럼 마구잡이로 잡혀간 징용에 저 꼼꼼한 계약서들은 뭐고, 왜 저리 강조하지?

이 같은 플롯의 허점은 '부당한 계약'이라는 사실에 종사하기보다는, '계약'이 갖는 진실성에 더 의미를 부여하고 만다. 한 마디로 영화가 고증에는 성공했지만, 그 바람에 친일파 몰이 국민정서와는 헛도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모순은 사회의 영웅이 되어버린 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들에게는 모독에 가까운 것이었다.

군함도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논할 때 우리 사회의 모순도 돌아보아야 했는데, '사회복무요원' 제도가 그 단적인 예이다. 영화 속 경성제국대학교 학생이 군입대를 대신해 노역을 택한 것처럼, 21세기를 사는 우리 사회에도 병역 대체복무가 존재한다.

그러나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는 이런 징용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모순이 다 군함도의 세계유산 지정을 저지하는데 실력행사를 할 수 없었던 원인이다.

뿐만 아니라, 3D(dirty, difficult, dangerous) 산업현장 기피로 인한 외국인 노동자의 대거 수입은, 우리 현실 사회에서 목격할 수 있는 21세기 종족(種族) 용역 행위이다. 자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급료를 받는 대신 그들은 3D에 고스란히 노출되지만, 인권 문제로 둔갑하기도 한다.

이러한 연유로 이 일관되게 작동하는 '반일'에 숨은 집요한 '혐한' 코드는, 사실 '일본 기업'이 아닌 모든 '기업', 구체적으로는 '한국 기업'에 대한 혐오로 언제든지 옮아 갈아탄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겪는 분쟁의 실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인 삼성 같은 제조업들이 모순된 이 종족 코드 행위의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지만, 미쓰비시 처단하듯 삼성을 처단하려는 세력은 어느새, 삼성 같은 기업들이 이 분쟁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며 등떠밀고 있다. 무책임하고 악랄한 종족 코드가 아닐 수 없다.

아래 미쓰비시와 삼성의 로고 이미지와 그 변천사는 이런 모순의 역사를 잘 반영한다.

미쓰비시 삼성
▲미쓰비시와 삼성의 로고 변화.

미쓰비시의 한자 독음 '삼릉'은 삼성과 비슷한데, 삼성의 옛날 로고는 미쓰비시 창업자 이와사키(Iwasaki) 가문의 표장인 세 개의 마름과 유사했다.

이와 같은 유사는 로고만이 아니라 업종과 생산품에 있어서도 모방의 형식을 벗어날 수 없었던 해방과 전후 시대의 자원 없는 우리 기업 상황을 반영한다. 모방만이 창조의 어머니였던 것이다. 이를 두고서 선비/이념가들은 친일이라 불렀다.

하지만 이를 기반으로 한 경제 성장은 일본 기업을 능가하는 위상을 갖게 됨으로써 비로소 일제시대의 트라우마를 극복했고, 또 지금의 환골탈태 한 삼성의 로고는 이 변천사와 위상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이 로고를 해외 나갔을 때 각 나라에서 보고서 뿌듯하지 않을 사람은, 삼성을 미쓰비시 때려잡듯 잡으려는 일부 한인 종족 외에는 없을 것이다.

이 영화 <군함도>의 여주인공이 당시 인터뷰에서 철없는 소리를 해서 뭇매를 맞았다.

"보통 위안부 피해자를 떠올리면 슬픈데요, <군함도>의 위안부 오말년은 원더우먼 같아요" 라고 말한 것이다.

군함도
▲영화 <군함도> 포스터.

철딱서니 없는 여배우의 이 인터뷰 소회는 사실 종족주의 정서에 박힌 이중성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미 심청전 시대로부터 가난한 집안의 딸들은 임당수로 내던져졌는데, 이 종족은 21세기 삼성 반도체 갤럭시 시대에도 그들을 흔들어 깨워 '원더우먼'이 되어주기를 부추기고 있다.

심봉사로 대변된 무능한 선비의 사회, 공양미 삼백석의 승려로 대변되는 이 시대 종교 지도자(기독교 포함)까지도 나서서 혹세무민하며, 우리의 이 가엾은 여성들에게 '원더우먼'이 되라며 강물에 던지고 있는 것이다.

무책임하고 악랄한 종족 근성이 아닐 수 없다.

삼성과 같은 자국의 기업에 생명력이 넘칠 때에만 우리 종족을 우리가 지킬 수 있는 법이다.

<군함도>가 영화로 개봉되었을 당시, 공교롭게도 삼성 그룹 총수는 감옥에 들어가 있었다. 종족 일각에서는 미쓰비시 그룹 총수라도 들어간 양 보고 그랬다.

이영진 교수

이영진
호서대학교 평생교육원 신학과 주임교수. '기호와 해석의 몽타주(홍성사)', '영혼사용설명서(샘솟는기쁨)', '철학과 신학의 몽타주(홍성사)', '자본적 교회(대장간)'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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