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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커', 인간성 파괴되어 악마가 되는지 보여줘

기독일보

입력 Oct 10, 2019 12:11 P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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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윤 치유칼럼] 악의 힘이 자라는 이유

강지윤 박사
강지윤 박사

사람이 얼마나 연약한지는 자신의 생애를 되돌아보면 알 것이다. 누구나 살아오면서 상처받았고, 수많은 실수를 했고, 수많은 잘못된 선택을 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완벽하게 선만 행하며 살아온 사람이 없기에 성경에 기록된 바와 같이, 남의 눈의 티를 보면서 누군가를 비판하고 비난하기 전에 '자신의 눈에 들보'를 먼저 보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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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어느 날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을 향해 돌을 든 사람들에게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하자 분노의 돌을 든 자들이 돌을 다 버리고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상처받고 실수 많은 인생을 살아가지만 우리는 언제든지 악의 길로 가지 않을 수 있는 자유의지와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이 내면에 쌓이고 자라가도록 내버려두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이 받은 상처가 악의 힘을 만났을 때 사람은 너무나 쉽게 악의에 차게 되고 그 악은 점점 자라가게 된다.

악이 내면의 선을 행할 힘을 완전히 장악하게 될 때 그는 사이코패스가 되고만다. 양심이 화인 맞고 타인의 고통을 즐기며 악마가 되고마는 것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조커'는 한 인간이 어떻게 망가지고 파괴되어 악마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80년대 불안한 시대를 사는 한 연약한 인간이 안티히어로 '조커'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영화 '조커'는 음울함과 어두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개봉 5일만에 200만명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주인공 아서 플렉은 10대에게 조차 무시받고 조롱당하는 광대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엄마가 말해 준 것처럼 늘 '해피'하게 웃어야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웃음은 그에게 지옥 같은 공포이자 고통이다. 그래서 그는 웃으면서도 눈으로는 눈물을 흘리는 기괴한 자신을 끊임없이 견뎌야 한다.

아무도 자신의 조크에 웃지 않는 세상에서 그는 세상 모든 짐을 짊어진 구부정한 어깨로 한쪽 발을 질질 끌며 끝없는 계단을 오른다. 차라리 삶보다 죽음이 가치 있다고 여길 만큼 그의 마음은 고통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다.

그의 주위에는 그를 괴롭히는 사람들뿐이다. 아무도 그를 이해해주거나 그의 고통에 공감해 주지 않는다. 심지어 그를 상담해주는 심리상담사까지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은 채 영혼 없는 질문만 매주 반복할 뿐이다. (심리상담의 나쁜 예를 이 영화에서 여지없이 보여준다.)

어린 시절 당한 학대를 깨닫고 나서 그는 "내 인생이 비극인줄 알았는데, 개 같은 코미디였어"라고 말하며 악에 대한 본능을 각성하게 된다. 언제나 힘겹게 올라가던 계단을 경쾌하고 우아한 춤을 추며 뛰어내려가는 조커의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다.

이후 그가 저지르는 범죄가 끔찍하긴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자신 안에 있는 '조커'가 그동안 나를 억압하고 무시했던 '무례한' 인간들을 처단하는 느낌으로 감정이입되어 은연중에 즐기게 되는 것은 아닐까한다.

조커는 자신을 환호하는 수많은 조커들과 함께 비로소 진정한 웃음을 얼굴에 그린다. 그의 내면에 묻혀있던 악을 각성하자 순식간에 커다란 악이 자라고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하면서 더 대담한 악으로 비약되어간다. 그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악마가 되어버린 것이다.

누군가 조금만 아서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며 친절하게 대해주었다면 그는 자신 안에 있는 악의 본성을 끄집어내 조커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저지른 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처절한 상황에서도 악의 길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그 누구도 자신의 악마성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

그동안 조커를 다룬 영화 속에서는 악의 광기를 폭발할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 조커는 그런 모습보다는 우울하고 불안하며 허무에 시달리는 한 불행한 인간의 모습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그것이 아마 미국과 한국에서 이토록 조커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상처받아 생긴 심리적 우울과 불안을 극복하지 못하면 악이 내면을 점령한다. 그의 악이 자라가자, 그는 살인과 광기 그 자체로 자신을 정의하며 세상에서의 존재감을 마음껏 발산한다. 원래 자신의 모습을 찾은 것처럼 그는 찢어질 듯한 웃음을 드러낸다.

그가 착하게 열심히 노력하며 살 때는 그토록 무시당하고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않던 먼지같던 그를, 악마적 모습을 드러냈을 때 사람들에게 추앙받는 장면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모두 복수심이 숨어있다. 자신이 복수하고 싶은 대상에게 누군가 대신 보복해줄 때 후련한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가 원수를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래야한다고 끊임없이 말씀하셨다. 내면의 악이 자라지않게 하기위하여)

이렇듯 악의 힘은 강력하다. 그 병적인 힘에 전염돼 도취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삶보다 죽음에 더 가치를 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어려움에 처한 영혼들에게 조커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캐릭터다. 그러나 조커는 혼돈을 즐기며 광기 어린 모습을 드러내는 자기파괴적인 인물이다. 결국은 완전히 파멸할 수밖에 없는.

영화 속에서 조커가 탄생하는 순간, 고담시의 으슥한 골목에선 막 부모님이 피살된 장면을 본 어린 브루스 웨인(배트맨)이 있었다. 아서 플렉 못지 않게 어린 시절 끔찍한 일을 당한 그는 조커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된다.

그는 자신의 부모를 쏴 죽인 인간의 악한 힘을 온 몸으로 느꼈다. 그러나 복수심과 분노로 악의 길을 걷는 대신, 악의 포로가 된 자들과 맞서 싸우는 영웅, 배트맨이 된다.

훗날 조커와도 대립하게 되는 배트맨이 조커와 다른 점은, 그가 사람들 속에 있는 선한 본능을 믿었다는 것이다.

악을 모르는 자는 악과 싸워 이길 수 없다. 그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악은 언제나 악에 머물러 있을 뿐이며 이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선한 힘을 조롱하며 세상을 망가뜨릴 뿐이다.

조커의 길을 택한 조커들은 한때 자신이었던 무수히 많은 아서들을 고통당하게 하는 모순되고 뒤틀린 자들이다. 그들은 자신도 타인도 결코 행복하게 할 수 없는 길을 걸어갈 뿐이다.

"왜 우리는 떨어질까?"

영화 '배트맨 비긴즈'에서 우물에 빠진 브루스 웨인을 구하러 내려 온 그의 아빠가 한 말이다. 왜 우리는 종종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은 고통에 빠질까.

지옥의 밑바닥을 경험한 브루스 웨인은 그 고통 덕분에 강인해졌고 추락에서 올라오는 법을 배워 악을 이길 수 있었다.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고통에 유일한 의미가 있다면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우리의 생애를 고통이 물들인다해도 악을 선택하지 말아야 한다. 상처는 치유해야 하고 고통 속에서도 우리는 악이 자라지 않도록 고통을 감내하며 극복하며 성장해나가야 한다.

사람들이 환타지같은 이런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런 악을 선택하지 않기 위하여, 조커의 고통에 감정이입하며 대리만족을 할지언정 결국은 자신의 선한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가 아닐까 한다.

"우리 안에 악이 더는 자라지 않기를 바라며..."

*한국목회상담협회 감독
*치유와 따뜻한 동행 www.kclat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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