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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법칙’과 ‘삼시세끼’의 원조 고전 소설

기독일보

입력 Nov 04, 2019 09:39 AM P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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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설교연구원 인문학 서평] 검은 안대

로빈슨 크루소

대니얼 디포 | 류경희 역 | 열린책들 | 454쪽 | 13,800원

누구나 한 번은 들어 봤을 그 제목
초기 '정글의 법칙', 후기 '삼시세끼'
자급자족 성공 이후, 단순 식사로

1719년 영국. '정글의 법칙'과 '삼시세끼'의 원작 소설이 출간되었다. <요크 출신 로빈슨 크루소의 생애와 이상하고 놀라운 모험(The Life and Strange Surprising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of York)>, 흔히 <로빈슨 크루소>로 알고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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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누구나 한 번은 들어 봤을 제목, <로빈슨 크루소>. 무인도에 혼자 떨어진 로빈슨 크루소가 28년 동안 무인도에 살다가 탈출하게 되는 이야기다.

로빈슨 크루소는 영국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로빈슨의 아버지는 아들이 평범한 중산층이 되기를 원했지만, 그는 모험을 선택하고 배를 탄다.

그가 처음 탄 배는 폭풍우 때문에 침몰한다. 다행히 무사히 탈출해 항구에 도착한 로빈슨은 그 이후에도 모험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후 해적선의 공격을 받아 무어인(북아프리카 지역의 아랍인들)의 노예가 되기도 하지만, 어렵게 탈출해서 브라질로 가는 배를 타게 된다.

브라질에서 농장을 가지게 되지만 다시 모험에 도전한다. 결국 폭풍우를 만나 배에 탄 모든 이들은 죽고 로빈슨 혼자만 28년간 살게 될 무인도에 도착한다.

섬에서 생활하는 초기에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정글의 법칙' 영국 판이고, 섬 생활 적응이 끝난 이후에는 하루하루 식사를 위해 살아가는 '삼시세끼' 영국 판을 보는 것 같다.

무인도에 떨어진 '로빈슨 크루소'는 일단 생존을 위해 집을 짓고,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닌다. 섬에 있는 염소를 사냥하고, 침몰한 배에서 가져온 빵을 먹는다. 계속 생존해 나가는 이야기다.

섬에서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된 이후에는 일상이 단순한 식사로 바뀐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 겸 사냥을 하고, 오후에는 집을 보수하거나 생필품을 만들면서 보냈다.

모든 것이 서툰 로빈슨에게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선반으로 쓸 널빤지 하나를 만들기 위해 42일간 일해야 했다.

"동굴에 필요한 긴 선반 널빤지 한 장을 만들려면 꼬박 42일을 일해야 했는데 우선 나무를 베어 내는 데만 사흘이 걸렸고, 가지를 치고 다듬는 데 이틀이 더 걸렸다. 그다음은 통나무를 다듬어 운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런 다음 그걸 뒤집어서 널빤지 형태가 되도록 매끈하고 평평하게 다듬었다. 그러다 보면 두께가 3인치가량 되고 양면이 매끄러운 널빤지가 완성되는 것이었다."

그런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말했다. "널빤지 하나를 만드는 데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동량이 요구된다 하더라도 그저 인내심을 가지는 것 말고는 별다른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게다가 내겐 시간과 노동은 별다른 값어치가 없었다."

그의 무인도 생활은 끼니를 해결하고 생필품을 만드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그의 무인도 생활을 보면 '정글의 법칙'과 '삼시세끼'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의문 발자국 이후 프라이데이 동참
27년만에 선장과 배 되찾고 英 귀환
도전적 인물에서 제국주의 전형까지

무인도에 도착한지 15년째 되는 해, 바닷가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발자국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발자국이 식인종들의 발자국임을 알고 공포에 떨게 된다. 하지만 식인종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섬의 반대편에만 간헐적으로 상륙하고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는 두려움을 이겨낸다.

그리고 24년 째 되던 해, 식인종에게 도망친 야만인을 구해주고 그의 이름을 '프라이데이'라고 부른다. 그를 구해준 날이 금요일이기 때문이다. '프라이데이'에게 말을 가르쳐 주고 함께 살아가던 로빈슨에게, 27년째 되던 해에 섬을 벗어날 기회가 생긴다.

큰 영국 배가 섬 근처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배는 선원들이 반란을 일으킨 배였다. 반란을 일으킨 선원들이 무인도로 온 이유가 있다. 선장을 무인도에 버려두기 위해서다.

그 모습을 로빈슨이 발견하고, 선장을 도와준다. 결국 선장과 함께 배를 되찾게 되고 영국으로 무사히 돌아 올 수 있게 되었다.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는 출간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불과 3개월 만에 한 번에 수천 부씩 6쇄까지 찍을 정도였다. 이 후 비슷한 류의 소설과 영화, 연극들이 만들어졌고, 아예 <로빈슨류 작품(Robinsonade)>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할리우드 배우 '맷 데이먼'이 화성에 표류하게 되는 영화인 '마션'도 화성판 로빈슨 크루소다.

2016년 개봉한 영화 <로빈슨 크루소> 중 한 장면.
2016년 개봉한 영화 <로빈슨 크루소> 중 한 장면.

<로빈슨 크루소>는 여러 시대를 지나오면서 다양한 비평가들로부터 다양한 평가를 받았다. 주인공을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인물의 표상으로 그리는가 하면, 제국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유럽의 제국주의가 시작되던 18세기. 세계로 향하는 유럽의 무역은 유럽에는 풍요로움의 기회였지만, 아프리카와 아메리카는 착취의 아픔이었다. 로빈슨 크루소도 그런 유럽인의 전형을 보여준다.

로빈슨이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원인도 노예무역 때문이다. 브라질에서 농장을 더 확장하기 위해 노예가 필요했다. 그래서 직접 노예를 구하러 배를 타고 나갔다가 폭풍을 만나게 된다.

자신이 목숨을 구해준 프라이데이와의 관계에서도 제국주의적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프라이데이에게 처음부터 자신을 '주인님'이라고 부르게 한다. 프라이데이에게 처음 가르친 말도 '예'와 '아니오'였다.

작품 속에서 프라이데이를 무척 아끼지만, 여전히 그에게는 소중한 노예였고 소중한 부하일 뿐이었다. 그는 사실상 프라이데이에 대한 소유권을 지닌 절대 군주처럼 행동한다.

심지어 프라이데이를 처음 만났을 때, 그에게 이름을 물어보지도 않는다. 그냥 일방적으로 금요일에 만났다고 '프라이데이'라고 자신이 새로운 이름을 붙여버린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을 그 섬의 영주라고 부르고, 자신을 그 섬의 왕이라고 생각한다. 이후에 자신을 총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후 섬에서 벗어나 영국에 도착한 이후에 한번 더 그 섬에 방문한다. 그때도 그 섬을 자신의 '식민지'라고 부른다.

당시 교회들도 제국주의 동참 과오
선교라는 명목으로 점령 미화하고,
우상숭배 명목 원주민 문화 파괴도
식민지 착취에도 선교사들 동원돼

'로빈슨 크루소'만 제국주의에 동참한 것이 아니다. 당시 교회들도 그 과오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선교'라는 명목으로 점령을 미화했고, 우상 숭배라는 이유로 원주민 문화와 관습을 파괴하는 데 앞장섰다.

심지어 로빈슨 크루소 생각 속에서도 기독교의 폭력적인 전도방법이 나타난다.

"기독교인들은 더욱 빈번하게 수많은 사례에서 무기를 버리고 항복한 상대편 군대 전체를 무자비하게 처형해 버리는 사람들 아닌가."

우리는 '로마의 박해'라는 말 속에서 기독교인이 당한 박해만을 생각한다. 그러나 로마의 국교가 된 기독교가 행한 '이교도 박해'는 결코 네로 황제 못지않은 광기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역사이고 사실이다.

로마의 국교가 된 기독교는 다른 신을 모시는 신전을 파괴하고, 모든 철학 학교들의 문을 닫아 버렸다.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도 이 때 파괴되었다. A.D. 415년에는 한 기독교인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침입해서 엄청난 양의 책을 훼손시켰다.

로마 군대는 신앙의 비호 아래 종교라는 이름으로 참혹한 폭력을 저질렀다. 당시 알렉산드리아에서 수학과 철학을 가르치는 여성 철학자 '히파티아'가 있었다. 그녀는 알렉산드리아에서 기독교를 비롯한 다양한 철학과 종교에 대해서 가르치고 있었다.

그때 기독교인들은 이교도를 공격했고, 철학자 '히파티아'도 그들의 손에 차마 다 말할 수 없는 잔인한 모습으로 살해당했다. 진리를 지키고 복음을 전한다는 목적으로 했던 행동이다.

단순한 폭력뿐 아니라, 식민지 착취에도 선교사들이 동원되었다. 1986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남아공 흑인 주교 '투투'의 연설은 듣는 이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백인 선교사들이 처음 아프리카에 왔을 때 그들은 성경을 가지고 있었고, 우리는 땅을 갖고 있었습니다. 선교사들이 '기도합시다' 해서, 그들을 따라 눈을 감고 기도했습니다. 기도가 끝난 후 눈을 떠 보니, 우리 손에는 그들 성경이 들려 있었고, 선교사들의 손에는 우리 땅이 들려 있었습니다."

전도는 성령의 검 쳐든 영적 전쟁
총칼 들고 싸우는 점령 전쟁 아냐
복음은 좋은 소식, 강요해선 안돼

전도는 말씀과 성령의 검을 들고 싸우는 영적 전쟁이지, 총칼을 들고 싸우는 점령 전쟁이 아니다. 예수님은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마을에서 신발에 먼지를 떨어버리고 떠나라고 하셨다. 그들이 복음을 받아들이도록 협박하라고 하신 적이 없다.

복음은 'Good News'이지, 두려운 강요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의 심판을 알려 줄 수는 있어도 우리가 심판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예수님이 잡히시던 밤. 베드로에게 하신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 "네 칼을 도로 칼집에 꽂으라 칼을 가지는 자는 다 칼로 망하느니라".

<로빈슨 크루소>는 단순한 생존기나 모험 소설이 아니다. 18세기 유럽의 제국주의 문화와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다. 당시에는 식민지 착취가 정당한 경제활동이었고, 식민지 점령이 합당한 국가 활동이었다.

성경의 기준에서는 분명 잘못된 모습이다. 당시의 교회조차, 시대 상황이라는 검은 안대에 가려 바른 길을 보지 못했다.

폭력과 강요가 선교의 옷을 입고 있었고, 착취와 욕심이 하나님이 주신 복으로 포장되고 있었다. 검은 안대에 가려져 길을 잃어버렸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날 기독교인들의 눈에는 이 검은 안대가 없기를, 내 눈에는 이 검은 안대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박명수 목사
사랑의침례교회 담임, 저서 《하나님 대답을 듣고 싶어요》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https://cafe.naver.com/juda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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